자신의 이야기를 뮤지컬처럼 만든 콘서트 무대
마이클 잭슨의 디스 이즈 잇
1969년 잭슨 파이브로 데뷔해 2009년 6월 25일 세상을 떠나기 전까지 마이클 잭슨(Michael Jackson) 앞에는 ‘최초’라는 수식어가 항상 따라 다녔다. 다섯 살의 나이로 최연소 리드 보컬로 데뷔, 1984년 ‘스릴러(Thriller)’로 일주일 만에 100만 장의 레코드 판매 기록, 37주간 빌보드 앨범 차트 1위, 뮤직비디오 최초로 35mm 필름으로 촬영, 앨범 <배드Bad> 발매 즉시 전 세계 25개국에서 1위를 기록하는 등 각종 순위권을 휩쓸었다. 그의 ‘최초’는 숫자에만 집착한 것이 아니다. 콘서트에 사용된 무대 연출과 기술도 그를 따라잡을 사람이 없다. 토스터 기술(무대 바닥 아래에서 갑자기 튀어올라 무대 위로 등장하는 기술), 엘리베이터 기술(무대 아래에서 위로 천천히 등장하는 방법), 관객들 머리 위로 크레인을 타고 지나가는 연출을 비롯해 콘서트에 뮤지컬 개념을 도입한 최초의 공연으로도 기록되고 있다.
마이클 잭슨이 사망하고 네 달 뒤, 그의 마지막 콘서트의 리허설을 담은 <디스 이즈 잇This is it>이 발표됐다. 그 영상은 마이클 잭슨 개인의 이야기이자 콘서트의 A부터 Z까지 모든 제작 과정을 담고 있어 콘서트 무대 디자이너라면 교과서처럼 꼭 한 번은 봐야 할 다큐멘터리다. 마이클 잭슨이 사망한 지 3년이 지났음에도 그의 무대 디자인을 이야기하는 이유는 레이디 가가(Lady GaGa)나 저스틴 팀버레이크(Justin Timberlake)는 물론 국내에서는 서태지와 아이들, 박진영, 비 등 내로라하는 뮤지션들이 그의 콘서트 무대 디자인에 적지 않은 영향을 받았기 때문이다. 토스터, 엘리베이터, 트레인 등이 지금이야 대수롭지 않은 무대 연출 기법이지만 20년 전 한국 음악계만 떠올려봐도 그의 무대 디자인은 혁명 그 자체였다. 소방차가 승마 바지를 입고 나와 백덤블링만 해도 놀라고, 김완선이 짧은 바지를 입고 무대 위에 올라 ‘삐에로는 우릴 보고 웃지’를 불렀다고 정신 상태를 의심해 마약 검사를 했다는 일화만 떠올려도 당시 마이클 잭슨의 무대는 비현실적으로 느껴졌을 것이다.
그의 공연 중 대표작을 꼽자면 ‘히스토리 투어’와 마지막 콘서트이자 자신의 모든 이야기를 담아낼 계획이었던 ‘디스 이즈 잇’이다. 안무가이자 영화감독 케니 오르테가(Kenny Ortega)와 그의 파트너인 무대 디자이너 마이클 코튼(Michael Cotton)이 만든 공연이다. 유명 연출가와 디자이너가 버젓이 있음에도 마이클 잭슨은 자신이 직접 콘서트를 기획하고 연출할 만큼 무대 디자인에 적극적이었다. 보통 콘서트 진행 방식은 기획사에서 콘셉트를 잡고 연출자와 디자이너가 완성해나가지만 그는 자신의 생각과 경험을 바탕으로 무대를 디자인하고자 했다. 예를 들어 ‘세계 평화, 자연 보호, 어린이’는 그가 항상 주창하던 것인데 ‘디스 이즈 잇’ 무대에 자신의 그런 생각을 뮤지컬처럼 연출했다. 무대 뒤 백스크린을 영화관의 스크린처럼 활용하고 무대 위에서는 댄서들이 등장해 연기를 펼치는 것이다. 숲을 거닐며 즐거워하는 아이의 모습, 바닷속 돌고래가 힘차게 수면 위로 날아오르는 모습, 코끼리 무리의 대이동 등 자연에 대한 경이로운 모습으로 가득 찬 영상이 흐르다 갑자기 불도저가 등장하더니 땅을 파헤치고 숲은 불에 타 죽어가는 끔찍한 장면으로 바뀌는 내용이다.
시공간을 초월한 이야기를 무대에 올려야 하니 영상만 한 장치가 없었을 테다. 게다가 그 영상을 만들기 위해 단편 영화 수준의 짜임새와 막대한 금액이 투자되었다. 이런 방식은 관객들에게 보는 재미를 주는 동시에 자신의 메시지를 확실하게 전달할 수 있는 현명한 선택이었다. 무대 디자인을 위해 단편 영화를 찍어 백스크린에 올리고 무대 아래와 위 구석구석을 활용한 무대 장치들 덕분에 콘서트를 보다가도 뮤지컬을 보는 것 같고, 어느새 다큐멘터리를 보는 듯한 착각이 들 정도로 그의 기획력과 무대 디자인은 매우 정교했다. 공간과 시간의 제약 때문에 분명 콘서트에서 연출할 수 있는 장면은 한정되어 있다. 하지만 영상과 구조적인 무대 디자인, 연출력 등이 돋보이는 마이클 잭슨의 콘서트를 보면 이런 문제점들이 그저 변명처럼 들릴 뿐이다.
Interview
마이클 코튼 프로듀싱 감독
“뮤지션의 퍼포먼스에 따라 같은 무대 디자인도 새롭게 느껴질 수 있다.”
마이클 잭슨은 토스터, 엘리베이터, 컨베이어 벨트, 마술 등 콘서트에 뮤지컬적 요소를 최초로 도입한 뮤지션이다.
그의 대부분의 아이디어는 마법과 환상에서 얻은 것이다. 일부는 과거를 돌아보며 힌트를 얻은 것도 있다. 전통 연극 무대에서 사용하던 기술 중 지금은 볼 수 없는 기법에서도 아이디어를 얻는다. 대략 이미지를 구상한 뒤 디자인, 예술, 음악, 마법 전문가들을 만나며 구체화시킨다.
마이클 잭슨은 자신의 뮤직비디오는 물론 콘서트까지 기획과 연출에 무척 적극적인 사람이었다. 의견 충돌은 없었나?
마이클 잭슨은 무대에 판타지적인 요소를 넣는 것을 항상 즐겼다. 기존에 없던 판타지를 실현시키려면 끊임없이 실험할 수밖에 없다. 마이클 잭슨의 의견에 대해 한 번도 “할 수 없어요” 또는 “그건 불가능해요”라고 말해본 적이 없다. 어떤 방법이든 찾아낸다.
마이클 잭슨은 하나의 이야기를 만들어 뮤지컬처럼 무대를 연출하는 것으로도 유명하다.
주제는 하나지만 관객들에게 어떻게 보이고 느끼게 할지 각각의 노래를 분석해 무대 디자인에 적용시킨다. 나는 서커스의 무대 감독처럼 일한다. 모든 스태프들을 한 텐트 안에 모은다. 각 부서마다 사용하는 언어를 배우거나 마이클 잭슨에게 새로운 아이디어를 제안하기 전 서로의 의견을 나누기 위해서다. 그리고 추상적으로 돌아다니는 이미지와 아이디어를 실물 크기의 모형과 애니메이션으로 준비한다. 비록 투어 전까지 단 몇 주만 남아 있어도 이 과정을 거친다.
마이클 잭슨은 최초로 월드 투어를 한 뮤지션이다. 각 나라마다 무대 크기나 시스템 등 많은 차이가 있었을 텐데, 어떻게 해결하나?
각 나라마다 우리가 필요한 요구 사항을 미리 전달한다. 무대 환경은 각각 다르지만 상황에 맞춰 융통성 있게 대처할 수 있도록 디자인한다.
공연을 기다리는 팬들을 위해 무대 밖 디자인에는 어떤 배려를 하나?
디스 이즈 잇의 월드 투어 중 런던 O2 공연장 무대 밖에는 팬들을 위해 마이클 잭슨에 관한 포토 부스를 설치하고 기념품 디스플레이를 계획했다.
시간이 흐를수록 관객들의 문화 수준이 높아지고 있다. 관객들을 만족시키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하나?
관객들을 만족시키는 일은 항상 어렵다. 새로운 기술과 디자인을 한번 보여주고 나면 다음 공연에서는 시시해한다. 투자한 시간에 비해 금세 평범해지는 것이다. 뮤지션이 퍼포먼스를 어떻게 색다르게 연출하느냐에 따라 같은 기술도 항상 새롭게 보일 수 있다. 그래서 마이클 잭슨의 무대가 항상 새롭게 느껴지는 것이다.
올해 한국 여성 힙합 그룹 2NE1의 월드 투어 콘서트를 위해 무대를 디자인한다고 들었다.
한국 공연 팀과 일해보고 싶었다. 어릴 적 나의 아버지는 한국인 친구들과 직장 동료들을 집으로 자주 초대했는데 당시 그분들이 주신 선물이 무척 인상 깊었다. 2NE1의 월드 투어 콘서트를 위해 한국과 미국 제작사, 연기자, 디자이너, 아티스트 등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과 협업하는 것이 무척 흥미롭다. 이번 월드 투어에서는 그들의 음악을 시각적인 에너지로 분출시키기 위해 많은 영상을 준비하고 있다.
디스 이즈 잇이 공연되지 못한 것이 안타깝다. 다른 뮤지션을 통해 구현해낼 계획은 없나?
마이클 잭슨이 없는 디스 이즈 잇은 있을 수 없다.
앞으로 무대 디자인에 새롭게 접목시켜보고 싶은 것은 무엇인가?
실제 마법을 콘서트 연출에 사용해 보고 싶다.
< 제공: 월간디자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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