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오리온의 디자인을 책임질 비주얼 마케터
_길정민
길정민 대표의 맥클로드(McRoad & Co.)는 콘셉트 디자인 전문 회사다. 그가 맥클로드의 전신인 쿠마(Kooma)를 시작하면서 세운 목표는 ‘스토리 없는 디자인은 하지 말자’였단다.
“클라이언트한테 제안할 때 ‘이거 예쁘게 만들었으니까 써주세요’라고 하는 것이 아니라 분명한 콘셉트와 스토리를 바탕으로 한 디자인을 보여주자는 것이 제 원칙이에요. 예쁜 디자인, 물론 중요하죠. 일단 눈과 손이 가야 하니까. 하지만 소비자에게 회자되고 다음 구매로 이어지게 하려면 스토리가 있어야 해요.”과자 시장에 신선한 바람을 몰고 온 오리온 마켓오는 ‘엄마가 찬장을 열어 손때 묻은 재료와 그릇을 꺼내 만들어준 과자’가 콘셉트였다. 공장에서 찍어낸 과자 같은 느낌을 피하기 위해 패키지 디자인뿐만 아니라 속 포장도 각기 다르게 디자인했다. 마켓오의 또 다른 브랜드인 카페 브라우니 역시 스토리를 더해 와플과는 또 다른 디저트 시장을 열었다. 브라우니를 구워주는 오리지널·피칸 아줌마를 등장시키고, 계절마다 다른 패키지 디자인을 선보이기로 한 것. 론칭 직후 한 매장에서 하루에 한 두개 팔리던 브라우니는 이제 매일 500여 개씩 팔리는 효자 상품으로 등극했다. 마켓오 압구정점 건물 전면에는 카페 브라우니의 겨울 패키지 디자인이 걸려 있다. 패키지 디자인이 브랜드 마케팅으로 이어져 자연스레 판매를 촉진하는 선순환 구조를 만든 것이다. 지난해에는 밸런타인데이를 겨냥한 초콜릿 패키지를 디자인 했는데, 이는 수입 브랜드가 높은 점유율을 차지하는 초콜릿 시장을 다시 돌아보는 계기가 됐다. 평소에도 선물처럼 주고받을 수 있는 판초콜릿을 만들자고 오리온에 제안했던 것. “단돈 천 원짜리여도 ‘선물이 되는’ 초콜릿 패키지를 만들었죠. 그간 마켓오가 쌓아온 브랜드 이미지와 신뢰도 때문에 품질도 놓칠 수 없었습니다. 100% 카카오 버터만을 사용한 ‘리얼 초콜릿’임을 강조했어요.” 시장에서 인지도가 높지 않은 오리온 초콜릿이었지만 이제는 유통업체에서 먼저 이번 밸런타인데이 초콜릿은 언제 나오는지, 어떤 콘셉트인지를 묻는다고.
길정민 대표가 마켓오라는 브랜드를 통해 디자인과 마케팅의 경계를 자유롭게 넘나들며 선보이는 ‘비주얼 마케팅’력은 프리랜서로 일하면서 혼자 힘으로 A부터 Z까지 다 해내야 했던 시간에서 비롯됐다. F&B 분야에만 능통할 것 같던 그는 최근‘여자들이 환장할 만한 공간’을 콘셉트로 VMD 디렉터를 맡아 아모레퍼시픽의 아리따움 플래그십 스토어를 성공적으로 론칭했으며, 그 여세를 몰아 설화수 패키지 디자인 리뉴얼도 진행 중이다. ‘디자인이란 제품과 사람을 이어주는 연결 고리’라고 말하는 그는 2012년부터 오리온 그룹의 토털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 선임됐다. 과자 하나라도 따뜻하고 행복한 느낌이 드는, ‘살 수 밖에 없는’ 디자인을 하는 그의 다음 콘셉트와 스토리는 무엇일까?
글: 신정원 기자
1) 까페 브라우니 매장에서 판매하는 미니 사이즈의 브라우니 패키지 속 두 브라우니 아줌마의 움직임이 경쾌하고 즐겁다.
2) 마켓오 초코 클래식 미니 스페셜 단순히 ‘먹는’ 초콜릿이 아닌 ‘꿈과 환상을 심어주는’ 콘셉트의 초콜릿을 디자인했다.
3) 마켓오 순수감자 프로마즈 천연 재료를 사용해 건강하고 맛있는 과자를 표방하는 마켓오. 담백하고 순수한 느낌의 패키지 디자인이다.
2) 마켓오 초코 클래식 미니 스페셜 단순히 ‘먹는’ 초콜릿이 아닌 ‘꿈과 환상을 심어주는’ 콘셉트의 초콜릿을 디자인했다.
3) 마켓오 순수감자 프로마즈 천연 재료를 사용해 건강하고 맛있는 과자를 표방하는 마켓오. 담백하고 순수한 느낌의 패키지 디자인이다.
4) 연말 파티 콘셉트로 꾸민 아리따움 플래그십 스토어
2˚붕가붕가레코드의 디자인 공식을 세운 디자이너
_김기조
_김기조
‘장기하와 얼굴들’, ‘브로콜리 너마저’,‘눈뜨고 코베인’의 공통점은 첫째, 인디 밴드임에도 대중가수 못지않은 지지를 얻고 있다는 점이다. 두 번째는 독립 음반사 붕가붕가레코드의 소속 뮤지션이라는 점이다. 붕가붕가레코드는 ‘가늘고 길게 숨쉬자’라는 모토 아래 최소한의 자본으로 음반을 발매한다. 그때그때 형편에 맞게 음반을 만들다 보니 대부분 수공업 소형 음반을 지향한다. CD를 굽는 것부터 포장까지 일일이 기계 대신 손으로 한다. 자칫 후줄근해 보일 수 있는 핸드메이드 음반을 ‘저렴하게 제작했지만 있어 보이는 음반’으로 만들고 음반사의 정체성을 시각화한 장본인이 붕가붕가레코드의 창립 멤버이자 수석 디자이너 김기조다. 그가 초기에 만든 레이블 디자인은 크래프트지에 레터링 작업을 더한 것이 주를 이룬다. 생산단가를 낮추기 위해 저렴한 소재, 효과적인 디자인과 프린트 방식을 선택한 결과다. 단지 주어진 조건에 맞춰 디자인했을 뿐인데 소비자들은 “음악의 성격과 디자인이 꼭 맞는다”, “따뜻한 감성을 표현하기 위해 만든 핸드메이드 음반”이라고 평가했다. 본래 의도를 뛰어넘는 평가였지만 어찌됐든 김기조는 인디 레이블에도 디자인이 중요하다는 것을 각인시켰다.
그는 자신의 레터링 작업을 소속 뮤지션의 초기 앨범과 포스터에 등장시키며 서서히 붕가붕가레코드의 시각적 아이덴티티를 만들었다. 디지털 음원의 강세로 CD 음반 시장이 죽어가는 요즘, 음반 패키지는 소장성에 중점을 두고 화려해지고 있는 추세다. 하지만 김기조는 이런 추세가 마땅치 않다. “화려한 패키지로 무장해 소장성을 강조한 음반을 볼 때면 오히려 이 시장이 죽어가고 있다는 것을 명백히 드러내는 것 같아요. 거창한 패키지는 소장성은 있지만 수집성은 떨어지죠.” 화려한 음반 패키지는 수집가들에게는 매력을 주지 못한다는 것이다. 중학교 때 듣던 아이돌 음반부터 아버지가 듣는 조용필 음반까지 모두 동일한 포맷이어야만 몇백장을 모아도 정돈된 수집품이 될 수 있다는 말이다. 정해진 포맷 안에서 최대한 다양한 방식으로 표현하는 것이야말로 레이블 디자이너로서의 역할이라고 생각한단다. 김기조가 디자인한 레터링 포스터나 음반 디자인은 곧 붕가붕가레코드라는 공식을 만들었다. 하지만 이런 현상이 오히려 그의 가장 큰 고민이 되었다. 음반사를 알리는 디자인이기도 한 동시에 틀에 갇힌 디자인이 되거나 다양한 개성을 지닌 뮤지션의 색을 디자인 때문에 묻이게 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한글 레터링을 벗어난 다양한 표현기법과 브랜드와의 협업도 준비 중이라고 하니 앞으로도 그의 행보를 주목하겠다.
글: 박은영 기자, 인물 사진: 이경옥 기자
1) 장기하와 얼굴들 1집 LP 앨범 표지 붕가붕가레코드는 정해진 음반 크기를 그대로 유지하기 위해 노력한다. CD 포맷에서 벗어나기 위해 선택한 방법은 LP 버전. 김기조의 레터링을 보고 사람들은 ‘복고풍’이라고 이야기하지만, 그는 네모꼴에 한글을 집어넣으면서 발생한 기하학적인 형태를 조형적으로 디자인한 것이라고 말한다.
2) 아침의 EP 앨범 표지 전자 사운드의 강렬함을 시각적으로 표현한 앨범 디자인.
3) 장기하와 얼굴들 1집 CD 앨범 초기에는 생산 단가를 낮추기 위해 크래프트지와 라벨지를 활용해 레이블 디자인을 했다. 최근에는 붕가붕가레코드에 불어닥친 산업혁명에 의해 필요에 따라 가끔 사용한다.
3˚브랜드를 다룰 줄 아는 디자이너
_김세일
김세일은 디자인을 거리에서 배웠다. 아니, 놀다 보니 디자인을 배웠다는 게 더 솔직한 표현이다. 음악을 좋아하다 음반재킷 디자인을 했고 옷을 좋아하다 보니 패션 브랜드의 캐릭터 디자인도 하게됐다. 그는 “의도하는 일보다 의도하지 않는 일이 더 좋은 결과가 나온다”라고 말한다. 순수한 동기로 사람들과 어울리다 보니 공감대가 형성됐고 그 공감대는 서로의 코드를 이해하게 했다. 처음맡은 음반 재킷 디자인도 친구의 인디 레이블이었다. 이후로 박효신, 왁스, 윤상,화요비 같은 가수들의 40여 종의 음반 디자인을 한 계기가 되었다. 패션 브랜드 쟈뎅드슈에뜨의 김재현과 ‘블링블링’이라는 느낌을 이야기하다 다이아몬드 눈을 한 올빼미 캐릭터를 디자인한 것도 그렇게 탄생했다. 물론 그가 항상 자유롭게만 일하는 것은 아니다. 1996년 스쿨 오브 비주얼 아트(SVA)를 졸업한 후 2001년부터 2005년까지 ‘로맨틱(rawmantic)’이라는 디자인 회사를 운영하다 한계를 느껴 디자인블루에 들어가 아트 디렉터로 1년,디자인하우스에서 CDO로 3년간 일했다.지금은 인케이스에서 출간하는 계간지<스펙트럼>의 아트 디렉터로 활동하며 아이튠즈에 한국음원을 공급하는 DFSB 콜렉티브(DFSB Kollective)의 홍보를 책임지고 있다.
시각 디자이너로서 할 수 있는 다양한 분야에서 작업하고 있지만 일반 소비자에게 가장 많이 알려진 대표작을 꼽는다면 CJ그룹의 통합 멤버십 ‘CJ원’의 로고일 것이다. CJ의 15개 브랜드를 통합하는 브랜드 아이덴티티 작업으로 4년간 답을 찾지 못해 표류하던 프로젝트를 단박에 성공시켰다. ‘원’이라는 단순 명쾌하게 지은 이름도 그가 제안한 것. 원과 다이아몬드를 조합해 만든 로고 디자인은 브랜드 통합이라는 문제를 다양한 컬러와 단순한 형태로 깔끔하게 해결했다. 현재 그의 직함은 디자인 컨설턴트다. ‘문제를 정확히 알고 해결 방법을 제시하는 일’이다. 그는 혼자서 할 수 없는 일은 프로젝트의 성격에 적합한 사람과 함께 작업하면 된다고 한다. 그러니 인프라와 경험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한 번에 다섯 가지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1년에 30~40가지 일을 동시에 진행할 수 있는 이유도 그의 감각에 대한 사람들의 신뢰와 공감대를 이끌어내는 능력 덕분이다. 김세일은 브랜드를 다룰 줄 아는 디자이너다. 그는 브랜드가 지향하는 목표와 문제를 해결하는 전략을 감각적으로 알고 있다. 거리에서 익힌 그의 디자인 감각은 브랜드를 어떻게 풀어낼지, 어떤 방법을 사용할 것인지 정확히 짚어낸다. 그의 예민한 감각의 촉수가 닿으면 브랜드는 문화가 된다. 지금 국내 패션과 음악, 디자인, 브랜드가 어디로 흘러가는지 알고 싶다면 김세일이 진행하는 프로젝트를 유심히 살펴보면 될 것이다.
글: 김보섭 객원 기자, 인물 사진: 김동오 기자
1) ‘CJ원’ 아이덴티티 디자인 CJ그룹의 15개 브랜드를 통합한 ‘CJ원’의 아이덴티티 디자인 프로젝트. 각각의 다이아몬드 컷이 15개 브랜드를 상징한다.
2) 인케이스에서 발행하는 문화 계간지 <스펙트럼> 패션, 예술, 디자인 분야에서 ‘핫’한 인물을 주로 인터뷰한다. 포켓 사이즈로 휴대가 간편하다.
3) 쟈뎅드슈에뜨의 캐릭터 부엉이‘올빼미의 정원’이라는 뜻을 가진 패션 브랜드 쟈뎅드슈에뜨의 캐릭터. 시즌마다 ‘블링블링’, ‘사이키델릭’, ‘아방가르드’, ‘힙합’ 등의 키워드로 캐릭터를 리뉴얼한다.
4) 남성 패션 편집 매장 맨온더분의 매거진 <맨온더분 저널> 타블로이드 형식의 홍보물로 패션을 넘어 음악, 요리. 미술 등 라이프스타일과 관련된 소식을 전한다.
3) 쟈뎅드슈에뜨의 캐릭터 부엉이‘올빼미의 정원’이라는 뜻을 가진 패션 브랜드 쟈뎅드슈에뜨의 캐릭터. 시즌마다 ‘블링블링’, ‘사이키델릭’, ‘아방가르드’, ‘힙합’ 등의 키워드로 캐릭터를 리뉴얼한다.
4) 남성 패션 편집 매장 맨온더분의 매거진 <맨온더분 저널> 타블로이드 형식의 홍보물로 패션을 넘어 음악, 요리. 미술 등 라이프스타일과 관련된 소식을 전한다.
4˚아트워크의 경계를 확장한 디자이너
_김제형
_김제형
“디자인은 예술을 통한 상상의 실현이라고 생각합니다.” 디자인 스튜디오 4월을 이끄는 김제형 대표는 일러스트레이션 아트워크를 기반으로 디자인을 현실화하는 ‘디얼라이저(Design +Realizer)’다. 일러스트레이션의 감각도 남다르지만 그런 감각을 부각시키는 더 큰 장점은 프로젝트의 콘셉트를 이해하고 실현시키기 위한 방법을 잘 찾아내는 능력이다.
클라이언트에게 그가 매력적인 이유다. ‘김제형’이라는 이름을 세상에 알린 건 2008년 선보인 SK브로드밴드의 광고 ‘See the Unseen’의 일러스트레이션 작업. 그는 상상 속에나 나올 법한 사람이나 동물, 사물을 그렸고, 보라색을 활용해 몽환적인 분위기를 표현했다. 이는 ‘보이지 않는 것을 보라’는 브랜드의 콘셉트와 딱 맞아떨어졌다. 광고가 전달하는 콘셉트를 풀어가는 격렬한 과정에서 어떻게 브랜드 이미지를 구체적으로 전달할 수 있을까를 고민한 결과였다.
콘셉트를 풀어내는데 탁월한 감각을 지닌 그의 능력은 GS건설 청진동 공사 현장의 아트 펜스의 작업에서도 드러난다.
1) 종로구 청진동 아트 펜스 디자인, GS건설‘기억을 감싸다’라는 콘셉트로 진행한 아트 펜스 프로젝트. 과거 피맛골이라고 불리던 청진동의 기억과 흔적을 간직하기 위해 ‘쉽게 지나치던 것을 되돌아보다’라는 문구와 일러스트레이션을 함께 그렸다.
옛 종로 거리를 그대로 재현한 것 같은 아트 펜스 작업을 통해 아름다운 종로 피맛골의 모습을 모두가 기억했으면 하는 마음을 담았다. 그는 원래부터 손으로 직접 그리기를 좋아했다. 졸업 후 엑스포디자인브랜딩에서 일하면서도 ‘손’으로 작업한 CI를 디자인했고 그것이 좋은 반응을 얻곤 했다. 그런 감각을 유지한 채 독립하여 낸 디자인 스튜디오가 ‘4월’이다. 대중의 공감을 이끌어내는 일러스트레이션 작업 덕분에 그는 2008년 서울디자인페스티벌에서 SK텔레콤과 협업한 전시에 참여했다. 이후 그의 실력을 알아본 대기업과 광고 대행사에서 그에게 러브콜을 보냈고, SK텔레콤, 삼성전자 등의 기업은 물론이고 TBWA, BBDO 등의 광고 대행사와도 함께 일하게 됐다.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한 경험을 바탕으로 그는 최근 ‘애피토즈(appitoz)’라는 제품을 출시했다. 스마트폰 케이스 애피토즈는 앱과 결합하여 재밌는 표정을 보여주는 일종의 장난감이다. 앱을 다운받아 스마트폰에 설치하면 애피토즈의 캐릭터가 사용자의 여러 동작에 반응하여 울고 웃고 노래한다. 스마트폰이 케이스와 결합하여 여러 이야기를 만들어내는 제품이다. 그가 준비 중인 또 다른 제품으로는 창문 없는 방을 위한 포스터가 있다. 창문의 바깥 풍경을 그린 포스터는 아무것도 없는 공간을 입체적으로 만든다. 시각 디자인을 기반으로 작업하는 그는 2D와 3D를 넘나들며 따뜻한 감성을 전달하고, 경험하게 하는 디자인을 선보인다. 일러스트레이션을 제품의 입체적 요소와 융합할 뿐만 아니라 그 안에 자신이 꿈꾸는 디자인까지 더해서 말이다. 점점 더 영역을 확장하고 있는 그의 활동이 더욱 기대된다.
글: 김보섭 객원 기자, 인물 사진: 김규한(진공 스튜디오)
5˚페이퍼 아트 토이를 브랜드로 만든
_모모트
_모모트
모모트(Momot). 아기자기한 느낌을 주면서 입에 착 붙는 이 이름은 ‘네모 네모 로보트’의 준말로 서른 안팎의 네 남자, 박희열, 이준강, 이흔태, 김병문의 디자인 집단 이름이며 이들이 만드는 페이퍼 아트 토이의 이름이기도 하다.
호서대학교 시각디자인과 선후배들로 구성된 이들은 “졸업 전시회 아이디어가 사업화되었으니 운이 좋았다”고 말한다. 디지털이 남용되는 시대, 이제 디지털은 식상하다는 생각에서 출발한 아날로그적 아이디어에 평소 아트 토이 수집이 취미인 이준강의 취향이 합쳐져 모모트를 낳았다고 한다. “아트 토이라고 꼭 비싸야만 하나요?” 박희열 모모트 대표는 ‘원래 사업에 관심이 많아 학생 때부터 다양한 분야에 손을 댔다’고 말했다. 앞으로 모모트라는 브랜드를 더욱 키우고 싶다고. “종이에 인쇄되어 나오니 얼마나 단순해요. 대량생산도 어렵지 않죠. 하지만 사람의 손끝에서 3D의 친근한 장난감으로 다시 태어나는 겁니다. 완성의 마지막 단계는 소비자의 손에 맡기는 거죠.” 종이라는 부담 없는 소재에 다양한 연출을 할 수 있다는 점이 젊은 세대에게 ‘먹혔다’는 얘기다. 모모트는 패셔너블하다. 유행하는 선글라스와 옷은 물론 젊은 층에 인기 있는 브랜드 로고까지 달고 나온다. 선글라스, 백팩, 모자등 사람이 착용할 수 있는 건 무엇이든 착용할 수 있어 개성에 맞게 다양한 활용이 가능한 장난감을 만들어보자는 게 기본 콘셉트였다. 2009년 서울디자인올림픽에서 좋은 반응을 얻고 세상에 알려지기 시작한 모모트는 청년창업센터에서 두평짜리 작업실을 지원받아 시작했다. 한때 투자자를 잘못 만나 벌었던 돈을 다 날리고 지방을 전전하기도 했지만, 이들 네 명의 디자이너를 다시 일으켜 세운 것도 모모트였다. 다양한 상품화가 가능하다는 장점을 살려 여러 분야에 진출하고 있는데, 일본 기업의 투자를 받아 모모트의 앱 버전인 ‘아이(i)모모트’를 출시한 게 한 예다. 앱에서 사용자가 캐릭터를 꾸미고 나서 설계도를 출력해 직접 만들 수 있는 응용 프로그램이다. 디지털로 취향껏 꾸미고 그것을 출력해서는 만드는 재미를 느낄 수 있게 해주는 것. 소셜 네트워크와 연계도 가능한 아이모모트는 일본에서도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고 한다. 모모트가 변신을 통해 뻗어나갈 수 있는 분야는 무궁무진하다. 우선 패키지에 응용해 상품을 구입한 후 박스를 모모트로 활용할 수 있는 쪽으로 상품화를 추진하고 있다. 운동화나 보드 부품 등의 패키지에서 모모트를 볼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이 외에 모모트 캐릭터를 활용한 휴대폰 케이스나 문구류 등도 출시되었고 내년부터는 모모트를 주인공으로 내세운 애니메이션도 제작할 계획이다.
글: 박소운 기자,인물 사진: 김문성(스튜디오 잘)
1) 아이(i)모모트 애플리케이션도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2) 모모트의 첫번째 전시회 포스터.
2) 모모트의 첫번째 전시회 포스터.
6˚동시대인의 거울 역할을 하는 뉴미디어 디자이너
_뮌
_뮌
‘뮌(Mioon)’은 김민선과 최문선으로 구성된 뉴미디어 디자인 듀오다. 전공도 작업 성향도 다르지만, 같은 학교에서 공부한 동갑내기이며 무엇보다 ‘군중의 행태와 생각’이라는 관심사가 맞아떨어져 뮌을 결성하게 됐다. “독일 유학 시절 월드컵 응원전 모습을 보다가 ‘한데 잘 뭉치고 쉽게 달아오르는’ 한국안의 정체성을 발견했죠. 무엇을 위해 특정 장소에 사람들이 모이는지 그 이유를 고민한 것이 뮌의 시작점이 됐습니다.”뮌의 첫 작품인 ‘관광객 프로젝트(Tourist Project)’는 그들을 알리는 데 가장 혁혁한 공을 세운 프로젝트. “국가의 핵심 자원이 관광업인 나라에서 관광객은 그저 소비자에 불과합니다. 이런 시각은 관광지를 피폐하게 만들고 사회 형태와 구조까지 변화시키죠. 결국 본래 의도와는 달리 가볍고 수동적인 주체로 변질된 관광객을 깃털로 표현했습니다.” 깃털이 한데 모여 형상을 갖추면 어디선가 바람이 불어와 형태를 흩뜨려버린다. 특정한 목적을 갖고 모여들지만 그 목적을 이루고 나면 재빠르게 흩어지는 군중의 속성을 시각화한 것.
이 프로젝트를 계기로 뮌은 독일 국립본미술관(Kustmuseum Bonn)에서 개인전 제안을 받는다. ‘휴먼 스트림(Human Stream)’은 3.5m 높이의 깃털로 뒤덮인 흉상에 군중의 모습을 영사한 비디오 설치물이다. 국립본미술관 큐레이터는 ‘뮌의 작업 속 군중은 어딘가를 향해 급히 움직이지만 도착점은 없다. 군중은 바람이 불면 사라졌다가 또 다른 형태를 만들거나 다시 사라지기 위해 등장한다. 즉 움직임은 있되 만남은 없는 것’이라 묘사했다. 이전의 두 작업이 군중의 ‘행태’에 집중했다면, ‘관객의 방백(Aside of Audience)’은 군중의 ‘생각’을 들여다본 시도였다. 뮌은 108명의 인터뷰이를 섭외해 그들을 예술가라 가정하고 인터뷰를 진행했다. “사람들은 질문을 받으면 교육과 미디어를 통해 간접 경험한 ‘상’에 대한 선입견에 기반을 두고 가정하고 대답합니다. 그런데 인터뷰이가 그리는 예술가의 모습이 수백 년 전의 그것, ‘가난해도 예술을 할 수 있어 행복한’,‘열정이 이성을 넘어서는’ 것이더군요. 그런 생각이 이 시대의 정신적 교집합이 아닐까 생각했습니다.” 뮌은 순수 예술영역과 좀 더 대중적인 공공 예술 경계에서 자신들의 정체성에 대해 고민하다 주제는 그대로 가져가되 두 가지 방향성 모두를 취하는 욕심 많고 열정적인 뉴미디어 디자이너가 되기로 작정했다. 앞선 작업이 순수 예술 쪽에 가까웠다면 올해 밀라노가구박람회에서 삼성전자와 함께 선보인 ‘리드 미 투 유어 도어! (Lead me to your door!)’와 다양한 미디어 파사드 작품은 대중과의 소통을 기반으로 한 공공 예술 영역에 속한다. 그러나 이들이 순수 예술 형식을 취하든 공공 디자인 형식을 취하든 중요한 것은 동시대 사람들의 행태와 생각을 보여주는 거울 역할을 한다는 점이다.
글: 신정원 기자, 인물 사진: 김동오 기자
1) 2005년 ‘휴먼 스트림(Human Stream)’, 국립본미술관, 독일
7˚SM의 비주얼 아이덴티티 생산자
_민희진
_민희진
유튜브에서 소녀시대와 슈퍼주니어의 뮤직비디오는 수천만 회 이상 재생됐다. 접속 국가도 다양하다. 시드니, 모스크바, 파리, 남미 등 전 세계적으로 K팝 열풍이 거세다. 우리는 슈퍼주니어의 ‘쏘리 쏘리’를 부르는 프랑스 소년이 있는 세상에 살고 있다. 대중문화란 자고로 서구에서 흘러 들어오는 것이려니 했던 우리가 이젠 역으로 한국 대중음악을 수출하는 것이다. K팝의 외연이 확장되는 데는 연습생을 전략적으로 훈련시킨 기획사의 공이 크다. 하지만 아무리 실력이 출중한 아이돌이라도 보이는 이미지가 촌스러웠다면 냉엄한 쇼 비즈니스업계에서 살아남을 수 있었을까? 그런 면에서 민희진 SM엔터테인먼트(이하 SM) 비주얼 디렉터는 K팝 열풍의 숨은 공신이다. 다른 기획사들이 디자인을 외주로 돌리는 것과 달리 SM은 체계적인 시각 콘셉트를 위해 사내 디자이너가 진행한다. 그녀는 SM에서 발매하는 모든 앨범 디자인뿐만 아니라 무대 의상, 뮤직비디오등 전반적인 시각 이미지를 10년째 총괄하고 있다. HOT, SES가 주름잡던 시대에 ‘예쁜’얼굴만 강조했던 SM의 단선적인 이미지에서 탈피하는 데는 그녀의 업적이 혁혁하다. 디올옴므 광고 같은 슈퍼주니어 앨범 커버나 유르겐 텔러 사진집 같은 f(x) 앨범 커버처럼 콘셉트가 확실한 이미지를 보고 있노라면 격세지감이 느껴진다.
“이미지 맵, 스타일링, 무대 의상, 앨범 커버 작업, 사진 리터치등에 전부 직접 관여합니다. 사진가 선정도 하고, 어떤 때는 직접 사진 촬영도 합니다. 내 마음대로 하려는 게 아니라 SM 소속 가수의 일관된 이미지를 구축하기 위해 그렇게 해요.” 2008년 등장한 샤이니는 그녀에게 의미가 컸다. 주류 SM 이미지에서 벗어나 비주류적인 감성을 담은 ‘자유로운 소년’이 콘셉트인 보이 밴드였는데, 그런 샤이니의 룩&필을 만드는 데 주도적으로 참여했기 때문. “기획사 디자이너라면 단순히 세련된 레이아웃을 보여주는 게 아니라 아이돌의 시각 아이덴티티를 어떻게 투영할지를 제일 많이 고민해야 합니다.” 그렇다면 SM소속의 다른 가수들의 아이덴티티는 뭘까? 소녀시대는 ‘귀여운, 발랄한, 조숙한’ 등의 어떤 형용사가 붙지 않은 그냥 ‘소녀’다. 소녀의 원형이랄까. 슈퍼주니어는 친근한 오빠고, f(x)는 알 수 없는 여자애다. 그녀는 명확하고도 추상적인 아이덴티티를 구체적인 이미지로 풀어내는 데 능란하다. 대중과 이미지로 ‘밀당’하는 능력도 뛰어나다. “아이돌이 이런 이미지로 나오면 사람들이 또 좋아해주겠지, 이런 확신이 들 때 즐겁습니다.” 그렇기에 그녀는 오늘도 마우스를 잡고 아이돌 사진 리터치를 한다. 그녀의 한 클릭 한 클릭에 아이돌의 이미지가 정밀하게 세공된다. 사교 할 시간도 없을 만큼 바쁘다는 그녀는 오늘도 어느 아이돌의 뒷바라지를 해주느라 골몰하고 있을 테다. 그녀는 SM의 디자인 디렉터를 너머 한국 대중음악의 위상을 높인 디자이너다.
글: 임나리 기자, 인물 사진: 김동오 기자, 자료 제공: SM
1) f(x) 정규 1집 앨범 <피노키오> 티저 작업 앨범을 만들 때 가장 중요한 건 ‘앨범 성격과 가수의 정체성을 담은 중요한 이미지 한 컷’이라고 말하는 민희진 디렉터. f(x) 데뷔 이전에 미리 대중에게 공개한 티저 이미지로 대중의 궁금증을 유발하기 위해 강렬하게 표현했다. 크리스탈, 엠버, 설리, 빅토리아, 루나 등 멤버 5명을 차례로 공개했는데, 예사롭지 않은 색감 대비가 흥미롭다.
2) 슈퍼주니어 정규 5집 앨범 <미스터. 심플Mr. Simple> 2011년 8월에 발매한 슈퍼주니어 정규 5집 앨범 <미스터. 심플> 커버 작업. 슈퍼주니어 멤버 10명을 하나씩 내세워 형형색색의 이미지를 만들었다. 이 중 이특이 전면에 들어간 커버다. 원색적이고 위트 있게 표현한 슈퍼주니어는 마치 그래픽 노블에 등장하는 주인공같이 자신감 넘치고 화려하다. 과감한 스타일링으로 섹시한 느낌도 강조했다. 비비드한 색상을 충분히 느낄 수 있게 LP 사이즈로 제작한 앨범.
2) 슈퍼주니어 정규 5집 앨범 <미스터. 심플Mr. Simple> 2011년 8월에 발매한 슈퍼주니어 정규 5집 앨범 <미스터. 심플> 커버 작업. 슈퍼주니어 멤버 10명을 하나씩 내세워 형형색색의 이미지를 만들었다. 이 중 이특이 전면에 들어간 커버다. 원색적이고 위트 있게 표현한 슈퍼주니어는 마치 그래픽 노블에 등장하는 주인공같이 자신감 넘치고 화려하다. 과감한 스타일링으로 섹시한 느낌도 강조했다. 비비드한 색상을 충분히 느낄 수 있게 LP 사이즈로 제작한 앨범.
8˚21세기형 조선 목가구를 만드는 가구 디자이너
_박종선
“그는 목수, 가구장이, 디자이너, 건축가등 나무를 다루는 모든 직업이 어울린다.”가구 디자이너 박종선이 지난 2011년 5월, 제2회 홍진기 창조인상을 수상하며 받은 평이다. 강원도 원주시 판부면에 있는 작업실에서 보낸 시간만 해도 12년. 이전 작업실에서의 5년까지 합하면, 나무와 동고동락한 세월만 해도 무려 17년이니 그럴 만도 하다. 그는 보통 우리가 알고 있는 디자이너와는 좀 다르다. 디자이너와 장인 사이를 넘나든다고 해야 할까? 어떤 가구를 어떻게 디자인할지 생각하는 것은 물론이고 결과물까지 직접 자신의 손으로 만들어내니 말이다.
그는 최소한의 나무를 재료로 가구를 만든다. 두께와 형태도 모두 최소다. “가구를 만들 때 구조를 가장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장식을 하지 않아도 어떻게 하면 아름답게 보일까, 구조가 지닌 조형미를 어떻게 살릴 수 있을까에 중점을 두어 디자인하고 가구를 만들어요.” 그렇게 완성한 가구에서는 팽팽한 긴장감이 느껴진다. 어찌 그리얇은 두께로 버티고 있는지 신기할 정도. “정답은 조선의 목가구에 있어요. 얇게 만들 수 있다는 자신감이 있어야 가능합니다. 간결하고 얇으면서도 버틸 수 있다는 건 살빼기 과정을 많이 거쳤다는 거예요.” 오로지 나무로만 만들기 때문에 가구의 완성도는 재료에 따라 달라지니 않느냐고 물었더니, 오히려 좋은 재료가 아니라 그냥 평범한 소재를 사용할 때 디자인이 더욱 돋보인다는 걸 깨달았다고 한다. 나무로만 만든 그의 가구는 단순한 조형미와 비례감이 뛰어나다는 평을 받는다. 여기에는 균형 잡힌 비례도 한몫한다. 그 비례감이라는 건 단 1mm의 차이로도 달라 보이게 마련인데 그의 가구는 나무랄 데가 없다. “도면을 그리지 않는 게 비법입니다. 그렇게 하면 인간적인 스케일이 나오거든요. 사람들의 머릿 속에 있는 치수는 딱 떨어지는 숫자뿐이에요. 도면을 그리기 시작하면 다리의 위치나 굵기를 화면 안에서 구성해버리지요. 재료를 직접 보고 만지면서 생각하면 정답은 나오게 마련입니다.” 여기까지가 어떤 형태를 만드느냐에 대한 디자이너의 역할이었다면, 그다음은 나무를 갈고 닦아 만들어내는 장인의 역할이다. 그는 보이지 않는 곳에 더욱 정성을 들인다. 겉으로 드러나지 않아 처음엔 알지 못하다가도 오랜 세월 쓰다가‘이런 곳까지 신경을 썼다니’ 하는 감동을 줄 수 있을 정도로 말이다. 남들보다 조금 늦게 가구에 입문해 ‘10년만 버티자’고 했던 것이 지금에 이르렀다고 말하는 그는 사실 잡다한 것에 관심이 많다. 조명등, 오디오등의 기능을 담은 작품만 봐도 그의 잡다한 관심사를 눈치챌 수 있다. 그는 자신이 좋아하는 잡다한 모든 것을 나무라는 재료에 담아내는 중이다. “가구를 만드는 방식으로 집을 만들 수도 있을 것 같아요. 가구를 좀 더 크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2014년에는 뭔가 실험적인 결과물이 나오겠죠.”
글: 김영우 기자, 인물 사진: 이명수 기자, 자료 제공: 서미갤러리
1) 2011년 디자인 마이애미에서 선보인 가구 2009년 디자인 마이애미를 통해 처음으로 해외에 진출했다. 그때 출품한 모든 작품이 매진 사례를 기록했으며, 이후 매년 서미갤러리 소속 작가로 참여하고 있다.
9˚디지털과 아날로그를 잘 버무리는 디자인 스튜디오
_비스타디아
_비스타디아
얼마 전 문을 연 CJ푸드월드. 마치 동네 맛집에 온 듯한 느낌을 주는 공간도 인상적이지만, CJ의 14개 외식 브랜드를 하나의 아이덴티티 속에 담아낸 로고 역시 이 공간에 오라를 더해준다.
이 로고를 디자인한 곳이 바로 ‘비스타디아’다. 사실 비스타디아는 본래 웹 디자인 작업을 많이 해온 곳이다. 그러나 웹 광고 디자인과 같은 개개의 결과물을 종합적인 브랜드 경험으로 확장하는 것이 꿈이었다고 하는 강명석 실장의 말을 들어보면, 아이덴티티 디자인 분야로의 진출은 필연일 수밖에 없었다는 생각이 든다. 게다가 이전부터 비스타디아의 웹 디자인은 마치 인쇄물 디자인과 같은 인상을 강하게 풍기곤 했다. 이는 ‘오프라인 매체에서와 같은 느낌을 디지털에서도 구현한다’는 비스타디아의 지향점과 결코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그래선지 웹 디자인 중에서도 시스템 구축이 큰 비중을 차지하는 대기업의 메인 사이트 작업보다는, 전시나 공연처럼 시각적 표현 자체에 중점을 두고 크리에이티브한 비주얼로 승부하는 분야에서 주로 활동해왔다. ‘수익 이전에 흥미로운 작업을 찾아다닌다’는 이들의 성향을 엿볼 수 있는 또 다른 사례는 <헬로, 가로수길> 웹진이다. 가로수길에 자리 잡은 비스타디아 디자이너들은 어느 날 길을 걷다 우연히 가로수길 디자이너들이 함께 만드는 동네 잡지인 <헬로, 가로수길> 1호를 보고 ‘스스로’ 프로젝트에 뛰어들었다. 그래서 2호부터 <헬로, 가로수길> 프로젝트에 참여해 웹진을 만들었고, <헬로, 가로수길>에서 브랜드와 진행하는 다양한 아트워크 작업에도 참여했다. 작업 자체가 즐겁고 재미있는 것은 물론이고 가로수길에서 활동하는 여러 아티스트 및 디자이너와 네트워크를 맺는 계기가 되어 더욱 의미 있는 프로젝트라고 한다. 특히 화장품 브랜드 ‘슈에무라’를 소재로 여러 디자이너가 만들어낸 그래픽 작업을 선보인적이 있는데, 그 작업을 계기로 슈에무라의 온라인 뉴스레터까지 디자인하게 되었다. 이러한 크리에이티브 작업이 아니더라도 젊고 신선한 디자인 결과물을 원하는 클라이언트에게 비스타디아가 매력적인 이유가 또 하나 있다. 소규모 스튜디오지만 체계적으로 나뉜 업무 분담이다. 영업과 기획은 대기업에서 근무한 경험이 있는 강명석 실장이 전담하고, 디자인 실무는 안그라픽스에서 일했던 전용철 실장이 담당하는 식으로 말이다. 최근 SK 해피스쿨 프로젝트로 온라인을 비롯한 오프라인의 전체 그래픽 작업을 진행한 비스타디아는 이를 확장해 SK행복나눔재단의 사옥에 적용할 사인 시스템 디자인을 진행 중이다.
글: 정영호, 인물 사진: 이명수 기자
1) SK 해피스쿨 그래픽 SK 해피스쿨의 2012 교육생 모집을 위한 공식사이트, 포스터, 브로셔, 교재디자인 등 온라인 오프라인 전체 그래픽 작업을 진행했다.
10˚중국까지 사로잡은 상업 공간 디자인 개발사
_비트윈
_비트윈
전라북도 부안군 어느 산동네에 8살 동갑내기 두 남자아이가 있었다. 논밭을 헤집고 다니던 이 코흘리개들은 같은 중·고등학교에 진학했다. 대학 원서를 내기 위해 고민하던 어느 겨울 밤, 두 까까머리 소년은 같은 미래를 도모하며 ‘실내건축과’에 나란히 지원했다. 비록 대학은 달랐지만. 대도시에서 자취 생활마저 함께한 두 남자는 대형 인테리어 설계 사무소에도 나란히 취직했다. 사람이 한번 인테리어 디자인을 하기로 결심했다면 10년은 해야 한다는 게 이 우직한 산골 남자들의 생각. 하지만 대형 인테리어 설계 사무소에서 몇천억 원짜리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타워팰리스나 하이페리온 같은 고급 아파트 현장을 누비고 다녀도 마음이 편치 않았다.
“내 미래가 어떤지 가늠하려면 가깝게는 내 윗사람을 보게 되는데, 그렇게 되고 싶지 않았습니다.” 김정곤, 오환우 두 남자가 과감하게 회사를 박차고 나와 소규모 인테리어 디자인 스튜디오 보이드플래닝으로 이직하게 된 결정적이유다. 그리고 이들은 강신재·최희영 보이드플래닝 소장 밑에서 디자이너로 훈련받았다. “우리에게 디자인보다 디자이너의 태도와 라이프스타일에 대해 가르쳐주셨어요. ” 6년 동안 디자인 스튜디오의 ‘도제’ 수업을 마친 이들은 2008년 독립해 비트윈(betwin)을 차렸다. ‘쌍둥이가 되라’는 뜻과 ‘~ 사이에’라는 관계성에 대한 의미를 동시에 담은 이름이다. 이촌동 한 아파트 상가 1층의 10평짜리 케이크 가게로 첫 걸음을 뗀 비트윈은 보이드플래닝 시절부터 눈여겨봐준 여러 클라이언트의 도움으로 현대백화점, 아모레퍼시픽, 제일모직 등의 일을 꾸준히 진행했다. 디자인은 무조건 창의적이고 새로워야 한다는 세간의 선입견에 반기를 드는 비트윈은 디자인의 최대 과제는 ‘고객 만족’이라고 여긴다. “새롭지 않고 예쁘지 않아도 디자인이에요. 디자이너의 욕심을 조금 덜어내는 대신 고객 만족을 항상 먼저 고려합니다.” 그렇기에 그들은 작은 안경점도, 신발 매장도 그럴듯하게만 디자인할 수 없다. 페트병 소재로 안경 전시대를 만든 룩 옵티스(Look Optics) 안경점, 말랑말랑한 우레탄 메모리폼으로 마감해 부드러운 브랜드의 느낌을 공간화한 스무디킹 매장 등 비트윈의 디자인은 마케팅 분석을 바탕으로 소재부터 남다른 것이 특징이다. 그러다 보니 장기간 R&D를 거치는 제품 개발만큼 공력이 들어간다. 백화점 상업 공간으로 인정받은 이들은 최근 중국에 진출했다. 대륙의 면모가 유감없이 드러나는 2만 평짜리 대형 백화점 차터 쇼핑센터(Charter Shopping Center)와 에이치 플러스(H Plus) 같은 패션 브랜드 매장 디자인을 진행 중이다. 공간 마케팅, 신소재 개발 등 체계적인 디자인 프로세스를 추구하는 비트윈. 스타나 작가 디자이너가 아닌 ‘디자인 개발사(社)’를 표방하는 이들의 행보가 기대되는 이유다.
글: 임나리 기자, 인물 사진: 이경옥 기자, 자료 제공: 비트윈
1) 콴펜(Kwanpen) 콴펜은 손으로 만든 악어가죽 상품을 주로 취급하는 명품으로 대중적으로 알려지기보다 소수의 마니아층을 거느린 브랜드다. 청담동에 있는 콴펜 서울 매장은 제품에 대한 강한 자부심이 느껴진다. 악어 패턴을 기호화한 황동 타일로 건물 전체를 감싸 브랜드 아이덴티티를 세련되게 표현했다. 외관에서 브랜드 이미지를 강렬하게 보여주는 대신 내부는 제품을 미술 작품처럼 감상할 수 있게 갤러리 분위기로 디자인했다.
11˚열린책들의 아이덴티티를 확장시킨 북 디자이너
_석윤이
_석윤이
작가 중심의 기획과 매끈한 번역으로 정평이 나 있는 ‘열린책들’은 디자인이 좋은 출판사로도 유명하다. 홍지웅 열린책들 대표는 오래전부터 디자인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마인드를 갖고 디자이너와 예술가에게 표지 디자인을 맡기는가 하면, 얼마 전에는 파주출판도시에 있는 사옥에 갤러리를 오픈했다. ‘새롭고 독창적인 책’을 만든다는 출판사의 지론과도 일맥상통하는 부분이다. 최근 열린책들에서 출간한 조르주 심농의 추리소설 ‘매그레 시리즈’가 지난 10월 26일 한국간행물윤리위원회가 주최한 ‘디자인이 좋은 책’ 우수상에 선정되었으며 2010년에는 출판 편집자들이 뽑은 ‘주목할 만한 올해의 북 디자인’에 ‘에코 마니아 컬렉션’이 뽑히기도 했다. 또한 문구 브랜드 ‘미메시스디자인’을 론칭하며 출판사가 할 수 있는 영역을 확장시켰다. 홍지웅 대표의 높은 안목 덕분에 좋은 디자인을 선보이는 출판사로 자리매김했겠지만 여기에는 석윤이 디자인 팀장의 공로가 컸다.
서양화를 전공한 석윤이 팀장은 한때 전업 작가를 꿈꾸기도 했다. 졸업을 앞두고 포트폴리오를 정리하던 중 유독 북 디자인이 많은 것을 보고 그때서야 자신이 책을 좋아한다는 사실을 알았다고. 그가 열린책들에서 디자인한 표지를 보면 콜라주 기법이나 유화로 그린 듯한 회화적인 느낌, 일러스트레이션 등 다양한 표현력을 느낄 수 있다. 열린책들이 주로 다루는 분야가 문학이다 보니 석윤이 팀장의 손 맛나는 그림은 책의 성격과도 잘 맞아떨어진다. 2007년에 우연으로 시작한 열린책들과의 인연을 지금은 필연으로 받아들인다. 미국 소설가 폴 오스터의 책을 좋아해 꾸준히 구입했는데 알고 보니 열린책들에서 출판한 책이었다고 한다. 그러다 보니 열린책들의 홈페이지를 자주 방문하게 됐고, 디자이너 채용 공고를 보고 지원해 지금껏 이어지고 있다. 사실 홍지웅 대표가 석윤이 팀장을 뽑은 이유는 언젠가는 갤러리나 미술 관련 사업에 필요한 인재가 될 거라는 선경지명에서다. 이 예상은 맞아떨어졌다. 열린책들은 2010년 하반기에 디자인 문구 브랜드 미메시스디자인을 론칭했다. 여기에 투입된 디자이너가 석윤이 팀장. 출판사가 가진 콘텐츠를 그대로 활용한 노트와 다이어리 등을 만들어 판매하며 북 디자인의 아이덴티티를 생활 속에서 접할 수 있게 했다. 표지에 사용한 이미지를 그대로 노트 디자인으로 활용하거나 제본 후 남은 종이를 메모지로 묶어 사용하는 등 북 디자인에 활용한 디자인과 자원을 문구 디자인에 적용하는 식이다. 문구도 제본이나 종이, 컬러, 판형선택 등 북 디자인을 할 때와 같은 고민을 하니 문구 디자인도 북 디자인이라는 개념이다. 출판사가 할 수 있는 영역을 확대한 기획력도 뛰어나지만, 출판사의 아이덴티티를 더욱 단단하게 다지고 북 디자인을 문구 디자인으로까지 확장시킨 석윤이 팀장의 역할이 크다.
글: 박은영 기자, 인물 사진: 이경옥 기자
1) 추리소설의 성격을 그대로 디자인으로 풀어낸 ‘매그레 시리즈’ 디자인이 단서가 되는 북 디자인으로 1권부터 75권까지 표지를 순서대로 나열해 보면 하나의 단서가 그다음 책 표지의 단서와 이어지는 것을 발견할 수 있다.
2) 열린책들에서 론칭한 디자인 문구 브랜드, 미메시스디자인 노란색, 녹색, 파란색 등 컬러를 강조한 다이어리나 표지 디자인에 사용했던 이미지를 그대로 옮겨와 노트 디자인에 활용한다.
2) 열린책들에서 론칭한 디자인 문구 브랜드, 미메시스디자인 노란색, 녹색, 파란색 등 컬러를 강조한 다이어리나 표지 디자인에 사용했던 이미지를 그대로 옮겨와 노트 디자인에 활용한다.
12˚디자인 환경 생태계를 변화시키는 디자인 그룹
_슬로워크
_슬로워크
4대 강 사업으로 동식물이 멸종 위기에 처했을 때 디자이너가 할 수 있는 일은? 2010년 슬로워크는 아이폰 바탕화면을 만들어 생존을 위협받는 법정 보호종 동식물 12종을 알렸다. 그 방법은 슬로워크가 운영하는 블로그와 트위터를 통한 무료 배포. 4대 강 사업에 관심이 없던 사람들도 문제를 인식하기 시작하고 공감했다. 내친김에 포스터도 만들었다. 국내뿐만 아니라 해외에도 알리고자 영문판도 만들었다. 그 결과 하루 방문자 수가 200만 명이 넘는 미국 친환경 전문 블로그 트리허거(treehugger.com)에 슬로워크의 포스터와 함께 4대 강 사업에 대한 정보가 소개됐다. 연말에는 달력을 만들어 판매했는데, 역시 반응이 좋았다. 판매 수익금 중 일부는 디자이너들의 인센티브로 쓰고 나머지는 녹색연합에서 발행하는 생태 환경 문화 월간지 <작은 것이 아름답다>에 기부했다.
클라이언트도 없이 자체 진행한 이 캠페인은 슬로워크의 성격을 잘 보여준다. “디자인 회사이긴 하지만 슬로워크가 세련된 디자인 결과물을 내놓는다고 생각하지는 않아요. 저는 디자인 이전에 내용이 우선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슬로워크를 이끄는 임의균 대표의 말이다. 환경과 사회에 대해 많은 관심을 가지고 고민하는 이들의 대표 클라이언트는 아름다운재단, 세이브더칠드런, 유니세프 등 비영리 기관. 매번 넉넉지 않은 예산으로 진행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지만 ‘좋은’ 일에 도움이 된다는 생각에 더욱 책임감을 갖고 디자인한다. ‘좋은 일일수록 더 폼이 나야 한다’는 것이 이들의 생각이다. 그렇다고 멋지고 폼 나게만 하는 것은 아니다. 사회적으로 좋은 일을 위한 디자인을 결과물로 만들 땐, 환경을 생각하는 것 역시 잊지 않는다. “기부를 위한 저금통을 만들어달라는 의뢰가 들어온 적이 있어요. 그런데 새로 저금통을 제작하는 것보다 버려진 깡통이나 페트병을 저금통으로 활용할 수 있는 방법을 그림 설명서로 만들어 PDF로 배포하는 게 더 좋은 방법이 아닐까요?” 이들은 또한 ‘그린디자인’하면 재생지에 콩기름 인쇄만을 떠올리는 1차원적인 방법보다 훨씬 본질적인 해결책을 제안한다. 슬로워크가 블로그를 운영하는 것도 바로 이런 이유. 모든 디자이너가 블로거로 활동하며 디자인이 사회와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알리고 함께 공유한다. “디자인은 결과물이 아니라 과정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관계와 소통이 중요한 거죠. 슬로워크가 시대적 요구와 우리를 둘러싼 이해관계에서 교집합을 찾아나가는 디자인 회사였으면 해요. 사람과 사람, 사람과 자연 사이에서도 마찬가지고요.” 그래서 클라이언트에게는 작업 시간을 충분히 달라고 솔직하게 말한다. 또 소량 인쇄를 권하고, 작은 인쇄소에 맡긴다. 디자인 생태계에서 교집합을 만들기 위한 작은 노력이다. 이러한 슬로워크의 활동은 환경 컨설팅과 CSR 컨설팅으로도 이어지고 있다.
글: 김영우 기자, 인물 사진: 김동오 기자
1) ‘안녕’ 포스터 4대 강 사업으로 멸종 위기에 처한 12종의 동식물을 알리기 위해 만든 포스터다. 2010년 아이폰 바탕화면으로 시작해 포스터, 달력, 엽서까지 만들었다.
13˚한국 가구업계의 유니클로
_aA리빙
2007년 홍대 앞에 문을 연 aA디자인 뮤지엄은 한국에 ‘진품 가구’에 대한 인식을 확산시킨 진원지로 평가받는다. 유명 호텔에서조차 ‘짝퉁 가구’를 의식 없이 사용하던 시절에 aA디자인뮤지엄에는 진품 가구가 가득했다. 그제야 사람들이 가구도 명품 가방처럼 디자이너와 브랜드가 있다는 걸 알았다. 그런 aA디자인뮤지엄이 오랫동안 준비한 가구 브랜드를 지난해 살짝 공개했다. 바로 aA리빙이다. 20년 넘게 가구를 수집해온 김명한 대표가 뒤늦게 가구 제조업에 뛰어든 이유는 그저 ‘재미있어서’. 돈 버는 재미가 아니라 엔도르핀이 도는 재미 말이다. aA리빙의 콘셉트는 확실하다. 가구업계의 유니클로가 되는 것이다. “세상의 모든 물건에는 가격이 있습니다. 디자인보다 더 힘든 일이 제품에 가격을 매기는 일이에요. 시장이 선호하는 가격대를 잘 알아맞혀야 합니다”라고 김명한 대표는 말한다.
aA리빙의 타깃은 ‘실용성과 스타일을 모두 잡는 사람’이다. 좀 더 쉽게 말하자면 나이에 관계없이 ‘스쿠터 타는 사람’. 김명한 대표의 디렉션 아래 황두현, 신현호 두 디자이너가 aA리빙 공장이 있는 광릉과 서울을 오가며 열심히 ‘디자인 노동’ 중이다. 보르네오, 노송 등을 거친 50대 장인 목수 9명과 함께 말이다. 가구를 만드는 일은 농사처럼 육체노동이니까.“합리적인 가격대, 좋은 품질, 무난한 디자인이 aA리빙이 추구하는 방향입니다.”가구 하나 잘못 들여놓았다가 집 안 전체 가구를 바꾸는 경우가 왕왕 있는데, aA리빙 가구는 그럴 일이 절대 없다. 포인트가 없어 평범하다 못해 밋밋한 디자인이니까. aA디자인뮤지엄에 기대가 컸던 사람이라면 실망할지 모른다. 하지만 자세히 살펴보면 디테일이 ‘징글징글하게’살아 있다는 걸 발견할 수 있다. “시각적인 편안함을 위해 등판 위치를 1cm씩 바꾸는 시험을 몇 번이나 해요. 디자이너에게 가장 위험한 순간이 자신의 디자인에 빠져 있을 때인데, aA리빙은 내부 품평회를 통해 계속 고쳐나갑니다.” 쉬운 디자인이라고 카피마저 쉬울 거라 판단했다면 오산이다. 이런 원목으로 이런 디테일을 만드는데 가격마저 합리적이기는 힘들다. 그런데 가격이 합리적인 이유는? 제작, 판매, 마케팅, 운송 등 모든 것을 aA리빙에서 자체적으로 해결하기 때문. 디자인은 제조업이고, 디자이너는 블루칼라라는 aA리빙. 유통은 네트워크와 자본이 있으면 할 수 있지만, 제조업은 노하우가 없으면 불가능하니까. 원목이라는 이유로 터무니없는 가격을 제시하는 공방 가구에 수긍할 수 없고, 프로방스풍 환상을 덧입힌 시중 가구 브랜드에 편승할 수 없다면 ‘메이드 인 코리아’를 내세우는 aA리빙의 라이프스타일을 주목할 만하다.
글: 임나리 기자, 인물 사진: 정영주(씨엘 스튜디오), 자료 제공: aA리빙
1) 플레인 로 테이블(Plain Low Table) aA리빙은 튀는 가구가 아니라 생활의 배경이 되는 가구를 만들고자 한다. 이런 철학이 가장 잘 드러나는 테이블. 사진으로 확인할 수 없는 나무의 질감이 훌륭하다.
14˚제품의 이종교배가 장기인 디자이너
_우기하
_우기하
우기하의 브랜드 철학은 ‘미운 오리 새끼(Ugly Ducking)’다. 동화 속 백조의 새끼가 오리 새끼보다 못생겨 보였던 것은 오리의 눈, 오리의 기준으로 백조를 봤기 때문이다. 우리도 익숙지 않은 경험을 할 때 ‘자신’만의 잣대를 들이댄다. 결국 자신의 생각을 기준으로 ‘다른’것을 만든다. 이를 디자인에 대입해보면, 시계는 누군가가 처음으로 ‘시계 모양’을 만들었기 때문에 지금의 시계 형태가 된 것일 뿐이다. 그러므로 이 고정관념을 깨면 디자이너에게는 어떤 물건이든 기존에 전혀 없는, 새로운 것으로 만들어낼 수 있는 가능성이 있다. 우기하가 디자인을 보는 시각이다. 그렇다고 그의 디자인이 억지로 새로운 물건을 만들어내는 데 집중하는 것은 아니다. 그는 기존의 물건이 지닌 속성과 기능의 본질을 벗어나지 않는 범위 내에서 디자인한다. 서로 이질적인 사물들이 자연스러운 맥락 속에서 이종 결합한다. 플러그와 MP3 플레이어를 하나로 합친 플러그 앤드 플레이어(plug and player)처럼 처음부터 함께 태어난 양 결합시키는 것이 그의 방법이다.
우기하는 인터뷰 내내 자신감에 차 있었다. 독립할 당시에도 아이디어에는 자신이 있었다고 한다. 이런 자신감은 수많은 사물을 직접 디자인하고 제품으로 출시까지 해본 탄탄한 경험 덕분에 트인 감각과 세심한 눈 때문일 게다. 그는 이노디자인에서 5년간 밥솥이나 믹서 같은 가전제품은 물론 운송 기기나 가로등 같은 산업 제품부터 브랜드 아이덴티티 디자인까지 다양한 프로젝트를 경험했다. 그렇게 바쁜 와중에도 개인 작업을 틈틈히, 꾸준히 해왔다. 독립 후 처음으로 모형으로 제작한 작품이 전화기에 메모할 수 있는 보드 기능을 더한 ‘폰 온 보드(Phone on Board)’다. 그 후 하나의 시계로 세계 도시의 시간을 한 번에 알 수 있는 ‘벤트 핸드(Bent Hand)’와 건전지 넣는 부분을 시침과 분침으로 이용한 ‘프런트 앤드 백(Front & Back)’을 제작하여 2010년 6월 독일 DMY에 전시했다. 그것이 해외 언론에 주목받기 시작했고, 디자인 정보 공유 웹사이트 디진(Dezeen)과 얀코 디자인(Yanko Design)에 소개되면서 컬럼비아 픽처스의 영화 <맨인블랙 3>의 소품으로 쓰고 싶다는 제안을 받기도 했다. 비록 조건이 안 맞아 영화에 출연시킬 수는 없었지만 그 모든 과정이 그에게 자신감을
줬다. 그의 작업은 디테일이 있으면서도 군더더기가 없고 완성도가 높다. 현재 기하우 디자인 스튜디오를 운영중인 그는 더 넓은 곳에서 많은 것을 보고 공부하고 싶은 마음에 지원한 영국 RCA에 합격해 입학 허가도 받아놓은 상태다. 하지만 일단은 스튜디오 운영에 매진할 계획이라고. 앞으로 기하우 디자인 스튜디오의 이름을 걸고 출시할 제품도 있다고 하니, 또 어떤 고정관념을 깨뜨린 제품을 선보일지 기대된다.
줬다. 그의 작업은 디테일이 있으면서도 군더더기가 없고 완성도가 높다. 현재 기하우 디자인 스튜디오를 운영중인 그는 더 넓은 곳에서 많은 것을 보고 공부하고 싶은 마음에 지원한 영국 RCA에 합격해 입학 허가도 받아놓은 상태다. 하지만 일단은 스튜디오 운영에 매진할 계획이라고. 앞으로 기하우 디자인 스튜디오의 이름을 걸고 출시할 제품도 있다고 하니, 또 어떤 고정관념을 깨뜨린 제품을 선보일지 기대된다.
글: 김보섭 객원 기자, 인물 사진: 이명수 기자
1) 콘스트레인드 볼(Constrained Ball) 자 없이도 직선을 그을 수 있게 한 필기 보조 기구. 선의 길이를 측정해 표시해준다.
15˚어린이 디자인 교육 전문가
_유성자
_유성자
“디자인 교육은 학생들이 디자인을 통해 창의적으로 생활과 문화를 바꾸어나가는 능력을 키울 수 있도록 디자인에 대한 원칙과 기본을 알려주는 것입니다. 단순히 ‘만들기’ 수업으로 오해하는 경우가 있지만, 만들기는 디자인 교육의 한 과정일 뿐입니다.” 디자인 교육 연구소인 씨알드림의 유성자 대표는 국내 디자인 공교육 분야 전문가다. 일본 유학 시절 그림책 연구를 하던 중 <예술가와 디자이너>의 저자이기도 한 브루노 무나리에 빠져 이후 10년간 그에 대해 집중 탐구했다. 그러던 중 그가 1970년대에 어린이 워크숍에 관심을 쏟았던 사실을 발견했다. 브루노 무나리는 워크숍 교육 프로그램을 통해 디자인 철학을 전달하고 아이들과의 소통 과정에서 얻은 영감을 다시 자신의 작업에 투영하는 구조를 만들어왔던 것. 유성자 대표는 여기서 감명을 받아 디자인 교육가가 되기로 결심했단다.
2002년 한가람디자인미술관에서 열린 <브루노 무나리>전을 기획하면서 어린이 워크숍을 함께 진행했다. 이는 고요한 미술관의 정적을 단번에 깨버리는 어린이들이 반가울리 없던 미술관 측의 반대를 무릅쓰고 열린 국내 최초의 어린이 워크숍이었다. 그 후 2004년 지식경제부의 디자인문화확산사업 프로젝트에 참여하면서 본격적인 디자인 교육에 뛰어들었다. 디자인 교과서에 들어갈 콘텐츠를 만들고, 실제 디자인 수업을 진행할 선생님과 튜터들을 교육했다. “가장 어려웠던 점은 현장에 계시는 선생님들의 디자인 교육에 대한 이해가 일반 대중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거였죠. 물감이나 찰흙으로 만들면 미술이고, 포스터를 만들면 디자인이라고 생각하세요. 미술은 본인이 만족하면 그만이지만 디자인은 원칙과 기본을 바탕으로 풀어내는 하나의 사고 방법입니다.” 서울시 교육청은 4개 초등학교를 시범학교로 지정해 지난 2년간 디자인 교육을 진행해왔다. 유성자 대표의 ‘디자인 공교육화’에 대한 신념은 확고하다. “어린이 사교육은 부모의 만족을 위한 교육을 하게 됩니다. 교육의 수혜자와 그 비용을 지불하는 주체가 다르기 때문인데, 공교육에서는 수혜자인 아이들만을 위한 교육을 할 수 있습니다. 사교육은 ‘잘 만든’ 결과물이 중요하지만 공교육은 ‘어떻게 만든’ 결과물인가에 집중하게 되는 거죠.” 어린이를 위한 디자인 교육은 디자이너를 만들기 위한 교육이 아니라 디자인적 사고를 통해 소통할 수 있는 방법을 알려주는 교육이기에 과정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재차 강조한다. “이 과정을 체화하게 되면 훗날 이 아이들이 성장했을 때 디자인 선진국이라 불리는 유럽의 디자이너들과 비슷한 사고방식을 갖게 될 것이라 생각합니다. 꼭 디자이너가 되지 않더라도, 생활 전반에 걸쳐 디자인적 사고를 할 수 있겠죠. 그런 의미에서 디자인 공교육은 정부 차원에서 지속적으로 이어나가야 합니다.”
글: 신정원 기자, 인물 사진: 김동오 기자
1) ‘新나는 디자이너_ 1기 어린이 디자인 창의력워크숍’ 수업 장면 낡고 오래된 원목 책상을 새로운 가구로 변신시킨 결과물이다.
* 본 기사는 월간<디자인>의 제공을 받아 게시되는 기사로 3회에 걸쳐 연재되었습니다.
No comments:
Post a Com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