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uesday, September 18, 2012

주목해야할 중국 新 라이프스타일

1. 렌트 라이프(Rent Life)族

4년제 대학을 졸업한 베이징에 거주하는 한 여대생은 과거 친구와 방을 공유하면서 TV를 렌탈해 사용했다. 그리고 여행갈 때는 기차 정기권을, 출장 갈 때는 정장을, 시베리안 허스키를 키울 때는 모든 애완용품을 빌렸다. 일시적으로 필요할 것이 생길 경우, 그녀가 가장 먼저 하는 행동은 바로 인터넷에서 ‘빌릴 수 있는지’를 검색하는 것이다. 이렇듯 요즘 중국에서는 젊은 층 사이에서 뭐든지 빌려서 사용하는 ‘렌트 라이프’가 번지고 있다. 
  
 ‘렌트 라이프’에 대해, 가벼운 주머니로 인한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고 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더욱 편리하고 간편한 라이프스타일을 추구할 수 있으며, 일상생활에 변화를 주고 싶을 때 사용할 수 있는 경제적?환경적으로 효율적인 방법으로 여기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이러한 이유들로 집, 차, 가구, TV, 컴퓨터, 사진기, 웨딩드레스, 장난감 등 일상생활 전반에서 사용되는 모든 물건들을 빌려 사용하는 ‘렌트족’의 수는 사실 어마어마하다. 《중국신문주간》에서 실시한 온라인 조사 결과에 따르면, 약 14000명의 네티즌 가운데 약 80% 가 ‘렌트’를 해본 적이 있으며, 40% 이상이 ‘렌트’에 대해 전혀 거부감이 없다고 응답했다. 
 
 이런 ‘렌트 라이프’는 중국 사람들이 ‘새로운 체험’을 추구하고 다른 사람이 사용한 것을 다시 사용하는 것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점차 개선됨에 따라 자연스럽게 생겨났다. 비용이 많이 들지 않으면서 여러 가지 새로운 뭔가를 시도하고 경험해볼 수 있기 때문에 이런 소비 방식은 보다 합리적인 라이프스타일이다. ‘렌트 라이프’를 선택한 사람들은 “돈이 없어서 집을, 차를, 여행용품을 못 사는 것이 아닙니다. 단지 소유할 필요성을 못 느낄 뿐입니다.”라고 말한다. 이들은 이렇듯 열심히 아끼고 저축해서 구매하는 것을 현재를 희생한다고 생각한다. 갖고 싶고, 사용해보고 싶은 물건을 렌트를 통해 다양하게 경험해 보며 즐기는 삶의 방식, 즉, ‘보다 다양한 향유를 위한 무소유’를 추구한다.  
 
 많은 것들에 호기심이 있고, 다 직접 사용해보고 싶은 이 ‘체험’ 세대에겐 ‘렌트 라이프’야말로 정답일 것이다.
 조사 결과에 따르면, 지금의 ‘렌트족’은 대부분 25~40세의 직장인으로, 과거 경제적인 여건이 좋지 않아 ‘빌려야할 수 밖에 없었던’ 저소득층과의 렌트와는 확연한 차이를 보인다. 현재 중국 내에서 새롭게 떠오르고 있는 ‘렌트’ 품목으로는 애완동물, 화초, 가방, 자동차, 요리사, 신랑신부, 의류, 회원카트, 액세서리, 보험 등이 있다. 이렇듯 다양한 품목에 걸쳐 애용되고 있지만, ‘렌트’ 방식은 임시적인 방식일 뿐이다. 결국 장기적으로 사용 가치를 지닌 물건에 대해서는 소유권이 필요하기 때문에 전문가들은 얼마나 오랫동안 ‘렌트’할 것인가에 대해 반드시 미리 고려하고 계획해야한다고 말한다. 

2.  AA식(더치페이) 결혼 생활
 최근 중국 후난위성TV에서 《AA식 생활》이라는 드라마가 방영되면서 중국사회에 큰 반향을 불러 일으켰다. 이 드라마는 현재 20-30대의 결혼관과 결혼 후의 현실적인 경제 문제들을 반영했다. 짜오천양 연출은 서로 다른 두 부부의 결혼 생활을 통해 현재 중국인들의 새로운 결혼 라이프스타일을 재현했다.

 현재, 중국 사회에서는 많은 젊은이들이 ‘AA식 (더치페이)식 결혼’을 추구하고 있다. 이는 각자가 필요한 물건은 모두 각자 사며, 가정 내 모든 자산은 똑같이 반으로 나누고, 결혼 생활에서 경제적으로 동일한 능력을 갖춰야지만 서로를 존중하고 평등한 결혼생활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중국의 전통적인 결혼문화와 상반되는 개념으로 큰 논쟁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그렇다면 ‘AA식 결혼’은 어디에서 시작된 것일까? 2011년 8월 실시된 중국 新 혼인법이 효시였다. 이 법에는 부부의 결혼 전 개인 자산에 대한 규정이 상세하게 명시하고 있는데, 부부 중 어느 쪽이 결혼 후에도 자신의 소유를 개인자산으로 유지하고자 한다면, 그 개인자산은 부부 공동 자산으로 성립되지 않는다는 내용이다. 그러나 개인 명의로 되어있는 자산만 개인자산으로 인정하므로, 두 사람의 자산이 모두 투자된 경우, 반드시 두 사람의 공동명의임을 서면으로 기록해야 한다. 
 

 ‘AA식 결혼’의 장점을 들자면, 올바른 소비습관을 기르는데 도움이 되기 때문에 재산관리 능력을 키울 수 있고, 서로 동등한 경제적 지위를 갖고 있기 때문에 상호존중하는 데 도움이 된다. 단, 부부의 소득이 비슷한 수준이어야 한다는 전제조건이 있어야하지만 이런 전제조건이 충족될 경우, 경제적인 부분에 있어 상대방을 덜 구속하고 간섭할 수 있다. 또한, 이혼 시 경제적인 갈등이 매우 줄어들어 이혼 절차가 간소화될 수 있으며, 충격도 경감될 수 있다.

 반면, ‘결혼’은 힘들 때 서로를 의지하고 남은 평생을 함께한다는 일종의 자발적 위탁계약이기 때문에 모든 소비와 소득을 개인화하는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감정적인 갈등은 단점이라고 할 수 있다. 또한, 배우자에 대한 책임감이 줄어들어 이것이 외도로 이어질 수도 있다.

이에 대해 텐진사범대학의 심리학과 교수는 “AA식 결혼생활을 오랫동안 이어가기는 힘들 것이며, 시간이 지남에 따에 AA식 방식은 자연스럽게 역사의 무대 뒤로 사라지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현재 중국 내에는 ‘AA식 결혼생활’에 대한 찬반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3.  슬로우 라이프(Slow Life)族

 “자, 우리 농부가 되어보는 게 어떨까요? 대지와 소통하고, 하늘과 교감하며, 자연과 더불어 살아보아요. 직접 땀 흘려 농사지으며 안분지족하는 삶을 누려봅시다”

 최근, 중국판 트위터에서는 삶의 속도를 조금 늦추려는, 이른바 ‘슬로우 라이프스타일’이 주된 화제로 떠올랐다. 항저우에는 일은 하지만 출퇴근은 하지 않고, 자유롭게 자신의 생활을 설계해 나가는 사람들이 있다. 그들은 ‘공유, 교환, 존중, 감사’를 강조하며 중국 제1호 슬로우 라이프 연맹인 ‘만렌방(慢??)’을 만들었다.

이러한 움직임은 중국이 경제적인 고도 성장을 이루며, 그로 인해 바빠지고 개인화되는 도시적인 삶과 급속도로 현대화되는 중국에 대한  저항감이 있음을 암시한다.

 한 조사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의 84%가 자신이 ‘급격히 빠른 시대’에 살고 있다고 응답했으며, 그 중 72%가 “정신적으로 심각한 긴장상태를 유지하고 있으며, 스트레스도 많다”고 답했다. 이는 현재 많은 중국인들이 현대인의 전형적인 고질병인 일상적인 조급함과 초조함을 느끼고 있음을 보여준다.

 현대인은 도시에 거주하면서 여러 면에서 편리한 생활을 누려왔지만 동시에 자연과는 격리된 채로 시멘트빌딩과 아스팔트도로로 둘러싸여 소음과 공해의 고통을 견뎌야만 했다. 바쁘게 돌아가는 도시의 사이클에 맞춰 사는 사람들은 때로 질식할 것 같은 고통을 느끼기도 한다. 그들은 점차 과거의 여유롭고 자유롭던 라이프 리듬을 그리워하게 되고 그 가운데 ‘슬로우 라이프’가 탄생하게 된 것이다. ‘슬로우 라이프’는 중국의 현대인들에게 천천히 걷고, 마음을 편안히 하고, 격앙된 감정을 이완시키면서 삶의 진정한 의미와 생명의 가치를 되새기게 하는 라이프 스타일인 것이다.

 슬로우 라이프 연맹인 ‘만렌방’의 창시자 후샤오펑은 젊은 시절 댄스교사였지만 지금은 항저우에서 ‘슬로우 라이프’를 지향하는 바, 음식점, 살롱 등을 운영하고 있다. 후샤오펑은 최근 젊은 직장인들의 돌연사(死) 뉴스가 이어지는 것에 대해 “오랫동안 자신의 건강을 돌보지 않고 살며, 높은 강도의 업무로 인해 마음에 심각한 상처를 입었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그는 과거 중국 리장을 여행할 당시, “바쁘게 살아도 80세까지 살고, 여유롭게 즐기며 살아도 80까지 산다”라는 글귀를 보고 큰 충격을 받았다. 그래서 항저우로 돌아온 후, ‘슬로우 라이프’의 개념을 사람들에게 알리고 더욱 많은 사람들이 진정한 자신의 삶을 즐길 수 있도록 도와줘야겠다고 결심했다. 그리고  2011년 4월, 그는 친구 몇 명과 함께 항저우의 시지(西溪)의 슬로우 라이프 거리에 중국 제1호 슬로운연맹인 ‘만연방’을 만들었다.
 후샤로펑이 생각하는 ‘슬로우 라이프’는 가끔 여행을 하고, 주변의 풍경을 감상하는 것 외에, 여유롭게 잡담을 나누고, 천천히 음식을 먹는 등 일상생활 전반에 걸쳐 조급함을 덜어내는 것이다.


(시지(西溪)의 슬로우 라이프 거리에 있는 중국 제1호 슬로운연맹인 “만연방”)

  후샤오펑의 소개에 따르면, ‘만연방’에는 오래된 카메라를 갖고 있는 사람, 담뱃대를 수집하는 사람, 맞춤옷을 만드는 사람, 액세서리를 만드는 사람, 벽화를 그리는 사람 등 느린 삶을 향유하는 다양한 이들이 있다. 그들은 온라인에서 웨이보어(중국판 트위터)등을 통해 더 많은 사람들에게 이런 생활의 필요성을 알리고 참여를 유도한다. 현재 시나웨이보어의 ‘만렌방’에는 약 15,000명의 팔로어가 있다.
 후샤오펑이 운영하는 살롱에서는 자신의 개인 물건이나 시간으로 커피를 바꿀 수 있다. 매장 한 쪽에는 ‘당신의 시간을 주세요. 그럼 당신의 ’삶‘을 돌려드릴게요.’ 라는 글귀가 있다. 슬로우 라이프의 3요소는 마음, 시간, 환경이다. 이 3요소 가운데 마음은 시간을 결정할 수 있기 때문에 우리는 어떻게 마음을 먹냐에 따라 스스로에게 여유로운 환경을 제공하고 삶의 방향을 바꿀 수 있다고 그는 전한다.
 혹자는, ‘슬로우 라이프’를 누리기 위해서는 반드시 경제적인 능력이 뒷받침돼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사실 그렇지 않다. 또한 ‘슬로우 라이프’를 지향한다고 해서 반드시 ‘패스트 라이프’와 대립할 필요도 없다. 그저 마음을 편안히 하고 생활에서 약간의 여유를 갖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

 최근 유럽의 여러 국가에서도 ‘슬로우 라이프’를 제창하고 있으며 사람들이 주체적으로 자신의 생활리듬을 통제할 수 있도록 독려하고 있다. 슬로우 라이프는 생활의 템포를 조금 늦추는 것이지 시간을 낭비하는 개념이 아니다. 치우쳤던 삶의 균형점을 다시 되찾아 더욱 즐겁게 생활하자는 것이다.

‘패스트 라이프’와 ‘슬로우 라이프’는 모두 현재 중국 젊은 층을 대변한다. 개혁 개방한 이후, 30년 동안 중국은 쉬지 않고 달려왔고, 급격한 변화를 겪었다. 그리고 그 변화를 온몸으로 받아내고 있는 많은 중국인들이 정신적인 피폐함에 시달리고 있다. 중국 저장성 사회과학연구센터 주임이자 사화학자인 양젠화는 “급변하고 있는 사회에 살고 있는 중국 현대인들은 ‘슬로우 라이프’를 통해 향후 어떤 어려움에 직면했을 때 해결능력을 키울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4. 피팅(Fitting)族

 최근, 중국 번화가에 위치한 여려 패션브랜드 매장에서는 일제히 여름 ‘빅 세일’행사가 진행되고 있었다. '1+1'이라는 문구가 붙어있는 한 매장에는 6개의 피팅룸이 마련되어 있었지만 수많은 사람이 몰리면서 옷을 입어보려는 사람들이 길게 늘어져 있다.
 세일기간에 사람이 몰리는 것은 매장에게는 좋은 일인 것 같지만, 사실 무조건 환영할 일만은 아니다. 그 이유는 바로 피팅룸에서 들려오는 ‘찰칵찰칵’ 사진 찍는 소리의  주인공인 ‘피팅족’ 때문이다.

 온라인 쇼핑 붐이 불면서 ‘피팅족’이라는 새로운 소비자들이 생겨났다. 중국 내 ‘피팅족’은 3가지로 나눌 수 있다. 첫 번째는 매주 매장을 방문해서 신상 의류를 입어보는 ‘바이추완족(그냥 입어보는 사람)’, 두 번째는 매장에서 입어보고 집에 가서 똑같이 만들어 입는 ‘쯔쭈어족(자체 제작하는 사람)’, 세 번째는 매장에서 입어보고 온라인에서 주문하는 ‘왕거우족(인터넷 쇼핑족)’이다. 그 중, 대부분을 차지하는 ‘왕거우족(인터넷 쇼핑족)’은 의류매장에서 옷을 입어보지만 구매하지 않고 몰래 의류고유넘버를 적어가거나 핸드폰으로 사진을 찍어 같은 제품을 인터넷에서 보다 저렴한 가격에 구매한다. 

나날이 스마트해지며 늘어만가는 피팅족들로 인해 매장주들은 골머리를 앓고 있다. 피팅족이 생기기 시작한 초기에, 매장들은 고객들이 분명 잘 어울리는 옷인데도 하나같이 ‘맘에 들지 않는다’며 구매하지 않아 문제점이 무엇인지 한참을 고민했었다. 그 이유를 알고 난 후, 일부 매장들은 피팅 가능한 의류 숫자를 제한한다. 그리고 심지어는  옷을 착용해보기 전 ‘5원’의 피팅 비용을 청구하는 곳도 있다.

작성자 : 김미헌 <berejjang@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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